[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에 이어 일본 업체인 혼다와 협력해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동맹을 통해 북미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LG엔솔은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혼다와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을 열고 총 44억 달러(약 5조1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에 4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장 부지는 검토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말부터 파우치 배터리셀 및 모듈을 양산할 계획이다. 생산된 배터리는 혼다와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큐라(Acura) 전기차 모델에도 공급된다.

혼다는 지난해 판매량 기준 글로벌 상위 7위에 속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다. 미국에서 12곳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북미 시장에서 5~6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혼다는 일본 완성차 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나서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혼다는 2030년까지 전동화 전환에 총 48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에서 30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연 200만대 이상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일본의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혼다가 파나소닉 등과 같은 일본 배터리 업체가 아닌 LG엔솔과 협력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기업들은 주로 장기 계약을 통해 품질이 검증된 자국 부품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혼다가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LG엔솔을 선택한 배경으로는 LG엔솔의 배터리 기술력,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해외 공장 가동 운영 경험 등이 꼽힌다.LG엔솔이 이미 일본 트럭·버스 제조업체 이스즈(Isuzu), 닛산 등 일본의 완성차 기업들과 배터리 사업에서 협력한 경험이 있는 점도 이번 합작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합작에는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구매시 연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 공제를 주도록 한 이 법안은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주요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북미 지역에서 제조돼야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는데 혼다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LG엔솔과 서둘러 북미 공장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혼다와의 합작투자를 계기로 LG엔솔이 일본 완성차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엔솔은 이번 합작 사업으로 일본 도요타, 스즈키를 제외한 글로벌 상위 10개 완성차 업체 중 8곳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폭스바겐과 르노닛산, 현대차·기아, 스텔란티스, GM, 혼다, 포드, BMW 등의 기업들이 LG엔솔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LG엔솔은 현재 미시간주에 독자 공장(연산 5GWh)을 보유하고 있으며 GM과의 합작법인 1공장(35GWh)은 오하이오주에서 가동 중이고, 2공장(35GWh)은 현재 테네시주에 건설 중이다. 또 올해 초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함께 총 4조8000억원 투자해 캐나다에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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