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솔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다른 부문에서 공급받는 자금 조달량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올해 1∼3월 비금융 법인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15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2011년 1분기(23조7천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자금순환표는 가계,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실물거래를 한 결과 자금이 얼마만큼 부족하거나 남았는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고 남는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금융거래를 했는지를 정리한 통계다.

자금 운용이 조달보다 많으면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고, 자금 조달이 운용보다 많으면 다른 부문에서 자금을 공급한다. 통상 가계는 다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은 다른 부문에서 자금을 공급받는 주체가 된다.

비금융 법인(통상 일반기업)이 1분기 중 순자금 조달 규모를 늘린 배경은 투자재원 마련보다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운영자금 확보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민간설비투자는 33조4천억원, 민간건설투자는 48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조7천억원, 2조7천억원 감소했다.

이인규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작년 1분기와 비교할 때 투자자금 수요보다는 운용자금 수요가 비금융 법인의 순자금 조달 확대에 미친 영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여윳돈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26조7천억원으로 2016년 1분기(28조8천억원) 이후 최대 수준을 보였다.

가계의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은 주택구입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팀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면서 가계 부문의 신규 주택투자 규모가 감소한 게 순자금 운용의 확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의 주택구입을 가늠할 수 있는 주거용건물 건설투자는 지난해 1분기 26조1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 23조5천억원으로 2조6천억원 줄었다.

여윳돈이 늘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금융자산은 작년 4분기보다 74조4천억원 늘어난 2천15조4천억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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