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송성훈 기자] 남양유업이 2013년 갑질 사태 이후 장기 실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해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나이 많은 대리점주에게 욕설하는 음성 파일 공개된데 이어 물량을 강제로 밀어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촉발됐고, 소비자 불매까지 확산되면서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 들여온 중국 시장에 발발한 사드 악재, 커피믹스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런데 이 사이 남양유업의 경영책임은 순전히 최고경영자(CEO)들의 몫이 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에게서 책임경영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갑질 파문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남양유업은 잘 나가던 회사였다. 2012년 연결기준 매출 1조 3650억 원, 영업이익 637억 원을 거두는 등 매해 10% 안팎의 성장세를 구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남양유업은 파문 첫해 매출 1조 2298억 원, 영업손실 17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김웅 대표는 2014년 3월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그해 남양유업은 매출 1조 1517억, 적자가 261억 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김 대표 후임으로 이원구 대표가 선임됐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오는 2020년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양유업은 이 대표 취임 두 번째 해인 2015년 매출 1조 2150억 원, 2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흑자 전환했고 2016년에도 매출 1조 2391억 원, 영업이익 418억 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2015년과 2016년 실적반등에 힘입어 이원구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지만 실적 부진에 휩싸인 지난해 말 임기만료를 절반이나 남긴 채 돌연 물러났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 1조 1669억 원에 영업이익 5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5.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88%나 급감했다.

후임 CEO로 올해 1월 딜로이트 회계사 출신으로 안진 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낸 이정인 대표가 취임했다.

취임 당시 업계 경력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 반면 다양한 기업컨설팅 경력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데 적임자라는 전망이 엇갈렸다.

이정인 대표에 대한 경영능력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남양유업의 실적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이상 감소한 5233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이상 늘어난 27억 원을 기록했으나 유의미한 반등은 아니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과 별개로 회사 내에서 홍원식 회장의 입지는 흔들림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분 51.68%를 보유한 홍 회장을 제외하면 남양유업 총수 일가 중 1%를 초과한 지분을 가진 사람은 없다.

오직 홍 회장의 판단 만으로 회사의 모든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홍 회장은 회사로부터 2013년 13억 원, 2014년 15억 원, 2015년 16억 원, 2016년 18억 원, 2017년 16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남양유업은 매해 8억 5000만 원 안팎을 배당하고 있는데 홍 회장은 해마다 4억 3000만 원 안팎의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2013년과 2014년에도 홍 회장의 연봉은 15% 이상 인상됐고 배당도 실시됐다는 점에서 ‘나홀로 행복’이라는 논란은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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