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한준기 칼럼리스트]

이력서에 대한 ‘평균적인’ 샐러리맨들의 현주소

이력서에 대한 총론과 각론은 차치하더라도, 지난 십 여년간 나 스스로를 ‘마루타’로 삼아서 커리어에 대해 온몸으로 공부하고 연구해보면서 확실하게 발견한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이력서에 관한 ‘불편한 진실’ 몇 가지를 열거해보면서 이 꼭지의 주제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샐러리맨들은 평생의 커리어기간 동안에 이력서를 한 두번 정도밖에 쓰지를 않는다.

l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등 떠밀려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비로서 마지못해 이력서를 써 보려고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그러나 여전히 잘 써야 할 명분을 찾지 못한다.

l 이런 까닭에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샐러리맨들은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l 국내의 유수의 대기업에서(일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포함) 회사의 스타플레이어로 인정받으면서 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사람가운데에는 제대로 된 이력서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평생 한 직장에만 다니다가 자의든 타의든 중년의 나이에 그 회사를 그만둔 임원분들이 이력서를 민망할 정도로 제일 잘 못쓰는 그룹들 가운데 하나 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이력서를 써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l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샐러리맨들은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데 이력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를 잘 모른다- 이력서란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만이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

l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샐러리맨들은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모르면서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라도 배워야 하는데 너무 죄송한 쓴소리지만 배우려는 자세가 거의 없다.

l 그리고 ‘절대다수의’ 대한민국의 샐러리맨들은 이력서를 쓰는 ‘정확한’ 목적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를 못한다.

l 마지막으로 여전히 적지않은 대한민국의 샐러리맨들은 “꼭 이력서 써야하는 건가? 이런 것 없이 취업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을 텐데”, “당신이 좀 써주면 안되나?” 라는 옆에서 보기에도 대략 난감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혹시라도 위의 글을 읽으면서 전혀 공감이 오지 않은 사람 그리고 설마 그럴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이력서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여기저기에 뿌려본 경험이 당신에게 있다면, 정말로 다행이 아닐 수가 없다.

앞으로 이 책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좀 더 알차고 검증된 이력서 작성 내지는 커리어 개발을 할 수 있는 기본기를 이미 당신은 보유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더라도 걱정은 하지말자. 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해 쓰여진 책이니까. 지금부터 이야기를 하는 내용에 더욱 집중을 하면된다.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전진을 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니까.

이제는 이력서를 잘 만들어내고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일은 피해갈 수가 없는 명제가 되었다.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개인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관리를 하겠다는 목표가 명확하다면 말이다.

물론 희박하지만 한 가지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정말 튼튼한 동아줄같은 ‘빽’이 있어서, 눈으로 찍은 회사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낙하산인사로 갈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면, 아마 그런 경우는 굳지 ‘처음부터’ 이력서를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후 행정적인 용도로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요청을 받더라도 애써 정성스럽게 잘 쓸 필요역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신의 아들’ 이 아닌 경우라면, 이제는 이력서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이력서란 어쩌면 남아있는 인생을 위해 우리가 열과 성을 다하여 만들어야만 할 가장 중요한 문서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의 패턴이 바뀌어 가고- 상상이나 되는가, 지금 이 시각에도 쟁쟁한 학력과 내놓으라는 회사에서 근무했던 옛날에 ‘한 가닥’ 했던 무수한 선수들이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는 들짐승처럼 직장을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고, 시장에는 너무 많은 이력서가 넘치는 것이 화제가 될 정도이다- 업종과 국경을 넘어서 인재들이 교환되는 시기에는 더욱 필연적으로 필요한 도구이다.

지금 당장 괜찮은 회사로의 이직을 원해서 시장에서 실력있다고 하는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한 번 취해보아라. 우리를 향한 그들의 첫 마디는 “업데이트된 이력서 보내주세요!” 일 것이다. 100%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99.9%가 아니다.

혹시 우리들이 그래도 좀 인맥이 있다고 해서 특정 회사에 누구의 추천으로 입사를 해보려고 시도를 한다고 가정을 해보자. 추천인에 의해서 우리는 해당회사의 인사부장이나 임원과 연결이 될 것이고, 그들의 일성 역시 “업데이트된 이력서 좀 보내주시겠습니까?” 일 것이다.

샐러리맨 생활에 이제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어디 학교나 조그만 컨설팅 업체에 강사나 컨설턴트로 일하고 싶다고 알음알음으로 소개를 받아서 연락이 다았다고 해보자. 그들 역시 우리의 업데이트된 프로필을 반드시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라면, 잘 준비해서 즐겨보고 게임에서 이겨보는 것이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이력서의 목적과 기능
그런데 앞서 ‘불편한 진실’에서도 이미 언급을 했듯이 우리 샐러리맨들의 대다수는 정작 이력서를 쓰는 가장 정확한 목적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한다. 이력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포커스를 맞추어야 할 목표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은 무엇인가? 거의 모든 사람들은 취업을 잘하기 위하여, 라고 답을 한다.

물론 틀린 답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날카롭고 정확하게 ‘정조준’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그것이 바로 인터뷰, 즉 면접의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일단 이거 하나면 족하다. 우선은 이거 하나에만 촞점을 맞추어보자.

취업은 어찌보면 중장기적인 싸움이다. 단박에 운이좋아 취업이 바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의 대부분의 독자들처럼 경력사원인 경우는 현재회사에 적(籍)을 둔 상태에서 꾸준한 정보수집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제일 적합한 다음의 회사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매력적인 이력서를 작성해서 본인이 노리고 있는 회사(업종)들과 정기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서치펌 헤드헌터들에게 보내놓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바로 취업의 문이 열려서 직접적으로나 헤드헌터등을 통해서 지원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작성을 잘 해놓은 이력서라 할지라도 그 회사의 눈높이에 맞게 오픈이 된 직무에 이력서의 모든 것(포맷, 세부내용 등)이 잘 부합되게 정리되었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부분적인 수정이나 업데이트를 해서 그 이력서를 가지고서 새로운 포지션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의 모든 경우에 이력서를 잘 쓰는 가장 큰 목적은 1차적으로 인터뷰의 자리까지 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인터뷰의 자리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면접위원을 확실하게 감동시키고, 연봉협상 잘해서 최종적으로 근로 계약서에 싸인하는 자리까지 가면 되는 것이다.

성공적인 면접을 거치지 않고 최종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매력적인 이력서를 잘 준비해두도록 하자.

그렇다면, 매력적인 이력서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꼭 유념을 해두어야 할 원칙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철저하게 고객지향적인 이력서를 써야한다. 지금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직무인지 그 회사에서는 요구하는 자격요건이나 스펙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한마디로 상대방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최고의 이력서를 만들지는 못할 지언정, 아무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색깔을 갖춘 이력서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지구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이력서’ 말이다. 소위 인터넷 상의 검증되지 않은 사이트에 떠돌아다니는 ‘잘 만들어진 샘플 이력서’에 현혹되어서 어설프게 베끼는 실수는 범하지말자.

셋째, 이력서에는 모든 것을 다 기록할 필요가 없다. 관련된 것, 주목을 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먼저 설명을 했던 첫번 째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반드시 이해를 해야하는 것이다.

네째, 이력서는 업적 중심으로 써야한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의 이력서를 보면 다녔던 회사와 근무년도, 본인의 직위(직급)정도만이 덜렁 기록되어있다.

그리고 이와함께 아쉬운듯 개인적인 가족관계나 취미 사항,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자격증’ 취득 현황 등이 기록되어있다. 어떤 업적을 이루어냈는지, 자랑할 수 있는 주요 프로젝트 수행경험은 무엇인지 등을 중심으로 제한된 지면에 자신을 셀링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창의적으로 만들어라. 그러나 정직하게 만들어라. 우리가 지원하는 회사가 국내 대기업인가 혹은 다국적 기업인가에 따라서 이력서의 포맷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컨텐츠는 유사하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문방구에서 파는 구식의 관제 이력서 양식이라는 틀에 자신의 다양성을 잔인하게 ‘푹 삶아서’ 억지로 쑤셔넣지마라. 회사가 그렇게 요구하기 전에는.

이력서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양식이나 컨텐츠를 개발하고 싶을 경우에는 가급적이면 전문적인 서적을 찾아보던지 헤드헌터 등의 전문가들에게 유료서비스라도 받기를 권하고 싶다.

나 역시 이따금씩 지인들의 소개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를 모르는 경력사원들을 위해서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해주곤 한다.

일부 국내의 아웃플레이스먼트사(회사의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으로 나온 임직원들의 재취업을 위한 전직 지원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는 이런 내용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새롭고 참신한 본인의 ‘홍보물’을 제작할 것을 ‘강추’하는 바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력사원들이 국내기업으로 이직이나 재취업을 할 경우에, 그들이 참고를 할 만한 이력서의 양식이나 컨텐츠 등이, 상대적으로 다국적기업에 영문이력서를 제출하는 이들이나,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과 비교할 때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젊은 대학생들이 쓰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생각없이 절대로 모방하지는 마라. 경력사원의 스토리와 신입의 스토리는 출발점이 다르고, 셀링 포인트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자칫 본인의 숨은 가치를 제대로 들어내지 못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르면 찾고 배워라. 마음만 먹으면 참고할 만한 자료는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력서를 뜻하는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단어는 “RESUME”이다.

외국의 헤드헌터들은 이 여섯 개의 알파벳을 따서 다음과 같이 이력서의 중요성을 한번 더 강조한다.

l Represent you- is it a reflection of you? – 당신 자신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가?
l Encompass quantitative accomplishments- it is not good enough to list tasks of a position you held- 당신의 양적인 업적들을 총망라해주고 있는가?
l Showcase your skills - aligned to the position you are going after?-당신의 전문적인 기술들을 잘 진열해놓고 있는가?
l User friendly and easy to read- formatted, organized and specific-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읽기 쉽게 짜임새 있게 잘 정리정돈이 되어있는가?
l Market you- Arming yourself with a distinctive resume - highlight your brand, and is focused becomes your competitive advantage – 당신을 경쟁우위를 시장에 잘 팔아주고 있는가?
l Entice your future employer to call you in for the interview? – 당신을 인터뷰하고 싶은 마음을 느낄 정도로 고용주를 잘 유혹하고 있는가?

잘 쓴 이력서 하나가 어쩌면 당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쓰지 않은 이력서는 곧바로 휴지통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변별력 있는 이력서는 금방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잘 정돈된 당신만의 스토리로 당신의 잠재적인 고객들의 눈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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