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남은호 국장] ‘갑질’로 연달아 총수일가가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대한항공에 이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총수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지난 6일과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과 ‘미투(나도 고발한다) 재점화에 따른 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 2월 아시아나항공 여 승무원 성희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번 ‘기내식 대란’사태로 인해 논란이 재 점화된 형국이다. 박 회장의 아버지 고 박인천 창업주 때부터 이어져온 직원 현장 격려 행사 전통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고 박인천 창업주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출발인 광주여객(현 금호고속) 시절부터 현장 소통경영의 일환으로 새벽에 현장을 방문해 당일 첫 출차하는 버스 운전사들을 격려했다. 이런 전통을 박 창업주의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 2남 고 박정구 회장이 이어 갔다.

3남인 박삼구 회장 때부터는 금호고속 버스 운전자들을 찾는 대신 아시아나항공에서 벌이는 현장 행사로 변경됐다. 박삼구 회장은 1991년부터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사옥에 상근하면서 정례 행사 없이 수시로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러다 2002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박 회장은 서울 강서구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사옥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변경했다.

박삼구 회장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재무부담을 지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그룹 자체가 워크아웃에 빠졌다.

이로 인해 박삼구 회장이 2010년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관련 행사는 한동안 열리지 않았다. 2014년 3월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로 복귀한 후부터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이른 아침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찾아 승무원들을 격려하는 정례행사를 가졌다. 지난 2월 직장인들의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박 회장이 행사 과정에서 여승무원을 껴안거나 포옹을 요구하고 손을 주무르는 등의 추행을 했다는 게시물이 연달아 공개되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후 이 행사는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달 아시아나항공에 사장 초유의 '기내식 대란'이 불거지면서 박 회장이 여승무원 추행 논란은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아시아나항공 한 여 승무원은 “정직원 전환을 앞둔 1년차 승무원들이 조직적 강요에 의해 박 회장에 팔짱을 끼고, 안기며 찬양가를 부르는 이벤트에 동원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여 승무원은 “박 회장이 교육장에 들어서는 순간 미리 정해진 역할대로 행동하면서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등의 멘트를 해야 했다. 박 회장이 떠나려고 하면 사진을 찍어달라거나, 더 있어달라고 계속 조르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폭로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경영실패로 수차례 임금동결과 인력 부족으로 작업환경이 열악해졌다. 박삼구 회장의 철저한 반성과 사과와 함께 총체적인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퇴진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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