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핵심이 되는 화두는 엔진 배기량 1600cc 이하인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 시장의 급부상이다.

과거 SUV 시장을 주름잡던 싼타페나 쏘렌토 같은 중형급이 대세를 이루던 시절을 지나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소형급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형 SUV 판매량은 총 9,924대로 3월 대비 3,000대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 티볼리가 끌고, 니로가 밀고

소형 SUV의 돌풍을 몰고 온 것은 티볼리다. 지난해 초 등장한 티볼리는 이 시장의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3월 전장을 키운 티볼리 에어를 출시하면서 쌍용차는 티볼리 브랜드로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티볼리 브랜드로 5,375대의 판매 실적을 냈다. 이는 전월 대비 10%가 넘는 증가세다.

 
 

티볼리 돌풍으로 형성된 소형 SUV 시장은 올 3월말 출시된 기아차 니로를 통해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기아차의 첫 소형 SUV이자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 니로는 경제성과 친환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치열한 시장 전쟁 속에서도 지난 달 2,440대의 판매고를 기록, 단숨에 2위 자리를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SUV 시장이 아직 확실히 형성되지 않은 점과 구매자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시간을 두고 따져본 뒤 선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첫 달에 기록한 성과는 이례적이다.

반격 준비하는 QM3, 트랙스

비록 티볼리와 니로의 공세에 밀려 판매는 줄었지만 출시 직후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한 때 3,000대의 판매량을 웃돌았던 QM3와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한국GM의 트랙스도 반격을 노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유로6(유럽연합이 정한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에 맞춘 엔진을 장착한 신형 QM3로, 한국GM은 3년만에 내·외관을 새롭게 단장한 트랙스 출시를 통해 호시탐탐 선두자리를 노릴 계획이다.

 
 

한때 기름먹는 하마라고 불리며 금융 위기 속에 밀려났다가 저유가와 경량화, 연비 개선을 통해 다시 부활한 SUV. 그 중에서도 소형 SUV 선호 현상은 작지만 중형 못지 않는 힘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 등을 기반으로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 소형 SUV 인기, 어디까지 갈까

소형 SUV 시장 규모의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번져가고 있는 SUV 인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주요 모터쇼에서 30~40%가 SUV라는 것만 봐도 그 인기를 방증한다.

이러한 세태 속에 시장은 당분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애 첫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과거 엑센트나 프라이드 같은 소형 세단을 고려했다면 최근엔 그 구매층들이 소형 SUV로 몰리고 있다”며 “준중형 SUV 수요층에서의 이동이 아닌 소형차에서의 수요가 이동함에 따라 더욱 시장은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소형 SUV 시장을 과소평가했던 현대, 기아차의 반격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기아차는 이미 니로를 앞세워 뒤늦게 경쟁에 합류한 상태지만, 현대차까지 합세할 경우 시장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키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 새롭게 시작하려는 자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 앞으로 또 어떠한 판도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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