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회’(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인 우리은행의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이순우 행장이 그제 돌연 사퇴했다. 이어 이광구 부행장이 어제 행장추천위 회의에서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정됐다. 단수가 아닌 3인 후보 중 한 명이지만 서금회 출신인 이 부행장이 차기 은행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은 파다하다.

현 정부 들어 정부의 영향력이 있는 금융권에서 서금회의 득세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정부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잇따라 꿰차면서 서금회는 주목을 받고 있다. 각각 지난 3월과 5월 선임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 지난달 지명된 홍성국 대우증권 신임 사장 후보자 등이 서금회 멤버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이순우 행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도 정권 차원의 압력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에 우리은행장 자리마저 이 부행장이 내정된다면 서금회는 이명박 정부 때 금융 권력 ‘4대 천왕’ 중 대다수가 고려대 출신인 것과 다를 게 없다.

앞서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에 KB금융지주 회장에서 낙마한 하영구씨를 내정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서금회와는 또 다른 금융권 낙하산 파문이다.

정권 차원에서 관치금융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가 금융 개혁을 아무리 외쳐본들 상식과 동떨어진 인사를 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는 조사대상 144개국 중 80위다. 81위인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별반 차이가 없다. 관치를 일삼는 금융당국에 대한 국민신뢰지수도 61.3으로 낙제 수준이다.

박 대통령이 대학 동문들의 ‘일자리 창출’에나 나선다면 어떻게 선진금융을 이룰 수 있을지 납득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특정학교 출신의 사조직이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비정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 그것은 금융 차원을 넘어 박근혜정부를 흠집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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