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베이징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협상 개시 30개월 만으로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난항’을 면치 못했던 협상이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과 APEC 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이라는 정치적 셈법이 개입하며 전격 타결됐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타결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양국 정부의 문구 조정 등 가서명을 거쳐 정식 서명 후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공식 발효되면 제조업과 농업 등 국내 산업 전반에 커다란 격변이 예상된다.

한중FTA가 공식 발효되면 기대되는 경제효과는 막대하다. 이미 중국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 전체 수출의 26.1%, 수입의 18.1%가 중국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3억6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내수시장이 무관세로 열리면 한중 교역량은 오는 2015년까지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3000억달러(약 3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미국이나 EU와의 FTA는 물류비용이 높은 원거리 FTA였다. 그러나 한중 FTA는 근거리 국가와 맺는 최초의 지역통합형 FTA다.

이는 앞으로 우리경제와 중국경제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미국과 캐나다처럼, 국가는 다르지만 하나의 시장처럼 긴밀하게 통합되어 갈 것임을 뜻한다.

원거리 FTA에 비해 물류비용뿐 아니라 정보비용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과도한 낙관적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에 타결된 한중 FTA가 기존의 한미 FTA에 비해 관세 철폐 등 초기 개방 비율이 높지 않아 당장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타결 발표를 위해 이견이 노출된 민감한 품목을 제외하다 보니 지금까지 체결된 FTA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중국이 요구한 쌀 등 농산물의 상당수나, 한국이 주장한 자동차를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고, 지적재산권이나 비관세장벽에서도 높은 수준의 규제 철폐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FTA타결로 농수축산업 종사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정부는 쌀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했고, 고추·마늘·사과·쇠고기·돼지고기 등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농축산물 개방 수준을 역대 최저 규모로 방어했다며 성과를 강조한다.

중국과 농수산물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가 지난해 34억 달러로 2000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더구나 이번에 양허대상 제외 품목은 언제라도 추가 협상에 따라 어떻게 변경될지 모를 일이다. 결국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 증가세는 더욱 탄력을 받고 국내 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이다.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국내 중소기업도 고민거리가 늘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발간한 '국내 중소기업의 대중 수출 부진 원인·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소기업의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줄었다.

중소기업의 중국 수출 부진이 단순히 글로벌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중간재나 자본재의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한중 FTA가 타결됐지만 시작은 이제부터다. 정부와 정치권은 앞으로 국제 정세를 살피고 국내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더 치밀하고 전략적인 자세로 철저하게 준비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내년 중 국회 비준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비준까진 온통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한미FTA가 타결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국회 비준까지 무려 5년이란 시간이 경과됐지 않은가.

정부와 국회는 협정에 따른 경제·사회적 득실과 분야별 영향을 정밀한 검증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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