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차별을 막기 위해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한 달 만에 불법 보조금 지급사태가 재발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지난 2일 새벽 서울 시내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에선 지난 달 31일 출시된 '아이폰 6'를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이 밤새 줄을 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아이폰 6(16G 모델)는 출고가 78만9800원이다. 이동통신사가 지난달 31일 공시한 보조금 25만원에 판매·대리점이 재량껏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 15%를 추가하더라도 판매가가 50만원대가 정상 가격이다.

판매점들이 법에 허용된 보조금 상한선을 넘겨 40만 원가량의 보조금을 더 얹어주는 불법을 동원하며 10만~20만원으로 팔려나갔다.

급기야 정부가 이통사 임원들을 긴급 호출해 뒷수습에 나서자 판매점들이 예약 신청만 하고 아직 기기를 받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연락해 개통 취소를 요구하거나, 이미 판매한 기기를 회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결국 아이폰 6 불법 보조금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통법에 일격을 가한 꼴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가 된 아이폰6 가격은 일본에선 0원, 미국에선 21만원인데 단통법에 따라 최대 지원금이 35만원으로 묶이면서 한국에서만 50만원대로 유독 높았다.

소비자들이 최신 고가 단말기를 원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정부가 밀어붙인 것이 단통법이다. 정부는 그간 단통법으로 보조금 지급 차별 등 이동통신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보조금 문제를 풀기는커녕 통신요금 인하와 단말기 가격 인하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한 것이 없다.

보조금 상한선을 단말기가 신형이든 구형이든, 어떤 요금제를 쓰든 균등하게 적용되면서 소비자는 최신 단말기를 비싸서 못 사고, 제조사와 판매점은 못 팔게 됐다. 단통법 시행 한 달 동안 신규 가입자율과 단말기 판매량이 60%가량 감소하게 됐다.

결국 이번 '아이폰 6'대란이 터지면서 정부 의도와는 정반대로 시장 질서만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통신요금 정책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민간기업끼리 경쟁하는 시장에 정부가 끼어든 게 잘못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으려 반값 통신료 공약을 내세웠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거기에 장단을 맞췄다 결국 국회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으로 단통법이 시행된 것이 아닌가.

단통법은 시장실패를 바로잡으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으나 정부 실패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시행 한 달밖에 안 됐으니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전면 폐지는 미루더라도 보완책 마련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겨냥한 통신비 인하는 규제(規制)가 아닌 경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제 4 이동통신 업체를 시장에 끌어들여 업계간 경쟁을 활성화 시키면서 보조금 상한제는 물론, 가격담합구조를 지탱하는 통신비 인가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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