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제활동 전반을 위축시키는 디플레이션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아직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고 기준금리도 2%여서 재정통화정책의 수단이 남아 있지만 최근의 추세를 보면 심상치 않다. 정부는 디플레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디플레는 저성장, 저물가 현상이 심화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일본, 유럽의 경기 둔화, 신흥국의 부진,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 등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년간 2%대 성장이 지속돼 왔고 올해 성장률은 3.5% 정도로 전망되지만 전년비 성장일 뿐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물가도 일정 수준에서 올라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개월째 1%대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9월 생산자물가가 8월보다 0.3% 떨어진 105.2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가 떨어지면 생산자가 똑같은 양의 물건을 내다팔아도 매출이 줄게 된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매출 감소와 소비자 물가 하락은 근로자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디플레에 빠져 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KERI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보고서에서 한국에서 디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국제통화기금(IMF)의 '디플레 취약성 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현재 '보통' 수준이지만 최근 취약성 지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디플레 취약성 지수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0.31을 기록하고 2분기에는 0.38로 상승했는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지난 1992년 3분기 연속 0.31을 기록한 후 본격적인 디플레에 진입했다고 한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 직후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확장적인 거시정책을 펼쳤으나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가가 치솟는 인플레도 문제지만 디플레는 경제를 파탄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위협이다. 디플레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초기에 대비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침체와 불황의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우리에겐 타산지석이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도 필요하겠지만 재정에는 한계가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치밀한 경제 구조 틀을 수립해야 한다. 신 성장산업 발굴과 함께 산업 구조 개편 등의 경제의 근본 틀을 재구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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