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악이 주춤한 새 신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캠프 출신, 청와대와 여당과 연줄이 닿은 인사들이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자리를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뒤 ‘관피아’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다짐 속에 곳곳에서 관피아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고 고위관료의 산하기관 낙하산에 대한 감시도 한층 엄해졌다. 하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사태가 벌어진다. 관피아가 물러나니 ‘정피아’가 자리를 꿰차는 양상이다.

관피아도 문제지만 정피아는 더 큰 문제다. 관피아들은 수십년간 관련 공직 경력이 있으니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피아는 그것조차 없다.

규제를 만든 관료가 피규제기관의 요직을 보장받고 규제회피를 돕는 것이 관피아의 문제였다. 반면 정피아는 아예 입법단계부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외부에서 투입돼 조직을 모르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결국 해당 기관의 경쟁력만 떨어질 뿐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바로잡겠다던 비정상적인 관행과 제도,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 유착은 그대로다. 관피아 척결 외침은 병폐를 뜯어고치기는커녕 자리 차지 수단으로 변질됐다.

많은 이들이 공공기관의 인사 선임 절차부터 공정하지 않다고 여긴다. 차제에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의 입김에 거수기 역할만 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개선해야 한다. 독립성과 함께 선명성, 공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비판들에 귀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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