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남은호 국장] 미국 달러 가치가 거침없이 오르는 '슈퍼 달러'와 일본의 엔화 약세란 '엔저' 사이에 한국 경제가 끼어버렸다.

강한 달러와 약한 엔화는 IMF 외환위기 직전의 미·일 통화 움직임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꽤 불편한 조합이다. 특히 나라와 가계 빚이 급증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대응은 우리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이뤄져야만 한다.

슈퍼 달러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경기부양책, 오바마의 제조업 부활정책 등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슈퍼 달러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연준은 금리 결정에서 고용지표를 중요시하고 있다. 9월 미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5.9%를 기록했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외환시장이 연준의 금리인상을 선반영한 결과다.

슈퍼 달러는 우리 경제에게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진다. 부정적인 측면은 세계 금융시장이 환 손실을 피하기 위한 달러화의 이탈로 몸살을 앓게 된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선 지난달부터 외국인들이 주식을 1조 원 어치나 팔아치웠다. 그로 인해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010원대에서 1060원대로 한 달 만에 5%나 뛰어올랐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려는 카드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달러 강세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수출 기업 입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는 달러 강세보다는 오히려 엔화 약세다. 실제로 일본 엔화 가치는 인위적인 아베노믹스에 따라 원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 제품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일본 제품이 엔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우리 주력 업종인 조선·전자·철강·석유화학 등은 시황 악화와 중국과의 경합 등으로 예전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엔저 현상까지 덮쳤다.

주목되는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역발상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잇따라 "엔저를 투자 기회로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엔저 시대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조만간 종합적인 엔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업들도 정부만 쳐다볼 게 아니라 진취적인 엔저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과감한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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