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 3월 10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두 달 새 급락해 1020원대를 맴돌고 있다.

공개적인 개입에 대한 대외 비난을 무릅쓰고 당국이 며칠 전 기습적으로 달러 매입에 나선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최근 원화 강세의 여파는 수출 기업들의 체감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조업 분야 대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업체들이 손익분기선으로 여기는 환율은 1052.3원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당시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77.9원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50원 가까이나 떨어진 셈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수출기업의 88.5%가 채산성 악화를 호소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들의 손익분기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1057원에서 이달 1046원까지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평균 환율이 1020원 대로 손익분기 환율 보다 20원 이상 벌어진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가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응답했다. 이들 기업이 예상하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1038원 이었다.

물론 원화 강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수입업체들에는 채산성을 높이고 내수에서 구매력을 높여 소비촉진 효과를 가져 온다.

하지만 현재 환율 사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내수 부진과 함께 수출로 지탱해 온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올해 평균 환율이 1000원이면 경제성장률은 3.3%로 내려가리란 전망도 나와 있다. 대기업들과 달리 환 리스크 대응 능력이 약한 중소 수출업체들이 걱정이다.

하반기 상황도 녹록치 않다. 오는 10~11월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는 미국이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나라에 통화절상 압력을 가할 수 있다.

26개월째 이어지는 경상수지 흑자와 3558억 달러 외환보유액 등으로 원화 강세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주요 경상수지 흑자 국 중 하나로 지목했다. 원화가 2~8% 저평가돼 있고, 외환보유액이 과다하며,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보다 세련된 대처에 나서야 할 것이다. 환율 변동 피해기업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애 한다.

중소업체에 대한 무역금융, 보증지원 확대 등 대책을 강구하면서 장기적인 환율방어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여 최근 변동성 높은 환율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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