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12월말 결산법인들이 대거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주요기업 등기임원들의 개별 보수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은 사업보고서에 보수를 명시토록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들을 살펴보면 SK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4곳에서 301억 원을 보수로 받은 것을 비롯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계열사 3곳에서 140억 원, 한화 김승연 회장이 계열사 5곳에서 13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나 서민 입장에선 입이 딱 벌어지는 액수다. 벌써부터 상대적 박탈감이나 사회적 위화감을 근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K 최태원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 지난해 일선 기업경영에서 물러났음에도 100억~300억 원대에 달하는 보수를 받은 근거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하지만 고액연봉 자체가 근거 없이 시기와 비난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법까지 개정하면서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것은 주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투명하게 경영진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투명 경영의 일환으로 마련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궁극적으로 책임 경영을 묻는 제도이니 기업이 거부할 명분도 없으며 회사가 망해가는 데도 천문학적 연봉을 챙겼다면 모를까, 정당한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면 존중돼야만 한다.

이왕 물릴 수 없는 제도라면 기업이 돌아올 비난을 걱정하기보다 더욱 적극 활용하는 것이 낫다. 또한 법상 한계로 인해 향후 보완도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보수공개 대상이 5억 원 이상 등기임원으로 한정돼 있는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

대주주나 오너가 등기임원을 맡도록 해 책임경영을 꾀하자는 것이 법 개정 취지인데 연봉 공개가 부담을 줘 도리어 등기임원을 꺼린다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자본시장법의 개정 취지는 기업임원의 연봉 공개를 통해 기업의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공개가 필요한 재벌총수 및 그 일가 비등기임원에 대해 공개하지 않으면 여전히 보수체계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수공개 대상과 공개 내역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보수 체계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도 함께 높이는 지혜도 필요하다.

높은 연봉은 해당 경영자 실적과 능력에 대한 좋은 평가다. 또 임직원 동기 부여를 유도하고 회사 가치와 이미지를 높일 수단이다.

능력 있는 경영자와 그렇지 않은 경영자를 가려낼 바로미터가 작용하도록 제도를 다듬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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