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했다.

이번 인선배경은 이 내정자가 1977년부터 35년간 한은에서 근무했고 2009∼2012년 금융통화위원도 지내는 등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김중수 한은 총재 임기가 이달 말 끝난다는 점에서 이번 내정은 너무 늦게 이뤄졌다. 한은 총재 역할을 감안하면 좀 더 일찍 후보군을 놓고 공론화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내정자는 2012년 개정된 한은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너무 촉박할 수 밖에 없다.

한은과 그 위상 면에선 차이가 크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선출과정을 보면 임기가 시작되기 1년 전부터 후보들을 놓고 혹독한 검증 작업이 이뤄진다.

지금의 재닛 옐런 의장도 이런 검증 과정을 거쳐서 취임 넉 달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고 충분한 업무파악과 인수인계 절차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다.

한은 총재도 적어도 몇 달 전부터 후보들을 천거 받아 철저한 검증을 통해 최적임자를 골라야 함에도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한은 총재는 금리와 물가 정책을 관장하는 등 그 막중한 역할로 총재 자리에 걸맞은 전문성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 선출돼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서야 할 한은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한은 총재직을 수행하게 되면 악재가 산적한 국내외 경제 난관에 무게 중심을 잡아야만 한다.

안으로는 불황과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으며 밖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발 불안 등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경제회생에도 한축을 담당해야 하는 만큼 신임 한은 총재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와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정책 공조도 중요하지만 한은의 독립성은 강화돼야 한다. 신임 한은 총재는 정부 눈치 살피느라 시장의 신뢰를 잃은 김중수 총재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이미 정부, 공공, 가계 부채가 위험수위의 다다른 현 상황에서 정부의 성장 위주 경제정책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한은이 경제를 살리자는 정부에 부화뇌동해 무리하게 통화량을 늘리는 방안을 써서는 안 된다. 한은의 존재가치는 통화조절과 물가안정에 있다.

국회는 이 내정자가 한국경제 위기 요인을 극복할 능력과 한은을 효율적으로 지휘할 역량이 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이 내정자도 이를 명확히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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