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2004년 말 494조2000억 원에 비해 9년도 채 안 돼 두 배로 껑충 뛴 수치다.

가계 소득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해마다 가팔라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가계 부채 상태는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국민들이 빚지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정부 역시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식의 가계 빚을 권하는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계 부채 문제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소비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소상공인과 기업들까지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한다.

하지만 그간 가계 부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대책들을 면밀히 보면 안일함과 함께 역부족마저 보인다.

지난해 말까지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과도하긴 하지만, 관리만 잘하면 아직은 괜찮 다였다.

그간 정부는 부동산 경기도 살리고 가계 부채도 잡겠다는 이중적인 자세를 견지해 왔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관련 대책들을 살펴보면 우선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LTV 한도를 70%로 완화했다.

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반환 대출시 대상자를 LTV 50% 내로 한 규정을 60% 이내로 완화했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들은 돈은 얼마든지 빌려 줄테니 빚내서 집 사세요라는 뜻과 다를 바 없다.

한동안 주춤하던 가계부채가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데에는 이러한 대책들에 기인한 주택담보대출 급증과 연관이 깊다.

더욱이 올해 일시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40조7000억 원 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무려 17조5000억 원이나 많은 규모다.

이밖에도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짐에 따라 자칫하면 자영업자발 가계부도 대란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월급쟁이 등 비자영업자 보다 3배 이상 많을 정도로 위험 이미 수위에 도달했다.

지난해 빚더미에 허덕이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가 10만 건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이달 중 조만간 가계 빚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방관에서 관리모드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준비 중인 대책에는 6억 원 이상 전세 세입자에 대한 대출 제한,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 통제 강화, 주택담보대출 만기 장기화와 금융 취약계층 지원확대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정도 대안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을 대폭 정비해 부채 상환 의지가 있고, 일정한 능력을 보유한 가계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 이자인하 등을 통해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저소득층이나 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가계부채 해소를 위한 채무조정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맞춤형 정책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단기간에 몰려있는 주택대출 만기도 15년 이상 정도 수준에서 장기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숨통을 터줄 필요도 있다.

가계 부채 문제를 관리하지 않고서는 박근혜 정부의 ‘474’ 비전 달성도 불가능하다. 가계 부채와 관련한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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