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동계와 정부의 전면전 양상으로 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도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결정함에 따라 노동계와 정부의 공식적인 대화 창구는 7년 10여 개월 만에 모두 끊어지게 됐다.

이로 인해 산적한 노동 현안의 논의와 처리가 줄줄이 멈춰 섰다. 통상임금 등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노동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당분간 불가능해졌다.

노동시장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중요한 논제들의 공회전은 노동시장의 혼란과 심각한 후유증까지 예고한다.

혼란의 발단은 철도노조 파업 사태에 있다. 철도파업을 명백한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정부가 노동계에 타협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해 당분간 갈등 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이 지난 22일 대대적 인력을 투입해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에 나서며 영장도 없이 민주노총 사무실 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코레일은 기관사와 열차 승무원을 기간제로 채용하기로 하는 등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도 노동계를 자극했다.

민주노총은 긴급회의를 열고 28일 총파업을 선언했고 한국노총도 민주노총 본부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공포 분위기 속에서 대화에 응할 수 없다며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새해 초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마련한 임금제도 개편안을 노사정위에 넘겨 공론화하고 상반기 중 입법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급제동이 걸렸다.

산업 현장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범위와 적용 시기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노정 갈등이 계속 되면 내년 봄 임단협 시점에는 현장의 노사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

내년은 저임금 노동, 기형적인 임금 체계, 남성 전일제 중심의 일자리 등 산업화 시대의 노동시장 모델이 새롭게 전환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으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현 정부의 중대한 오점이 될 수 있다.

철도파업을 명백한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정부가 노동계에 타협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해 당분간 갈등 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철도의 화물수송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경제 5개 단체도 성명서를 내고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명제는 지금 총파업이나 연대 파업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철도산업 개혁은 어떻게든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필요하다면 그 방법론을 놓고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의 명분을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민영화 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코레일의 독점 체제를 지킴으로써 지금 누리는 고용안정과 임금 및 복지 수준에 닥칠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더 확실한 의도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양대 노총은 정부와 코레일 노사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시점에 본질인 국내 철도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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