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전망률이 상저하고(上低下高)형의 3%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수출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가운데 과도한 가계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여력 또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업들도 투자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상태가 더 악화될 경우에는 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 재정부-한은-KDI 잇따라 성장률 전망 하향
성장률 하향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정부와 중앙은행, 국책연구기관이 최근 잇따라 직전까지 4%대 중반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3%대로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경제 불안요인이 커졌다는 것이다.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상반기 저성장이 지속되다가 하반기에 상대적 고성장이 예상되는 상저하고형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올해와 내년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각각 3.6%와 3.8%로 전망했다. 이는 직전 전망치인 4.2%, 4.3%보다 크게 낮춰진 수치다.

현오석 KDI 원장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가 상당 부분 하향하고 있다"며 "경기 하락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KDI는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이 각각 3.2%, 4.2%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 미국의 경기 침체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둔화하다가 하반기에 점차 나아지는 흐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내년 실업률은 올해와 같은 3.5%를 유지하되, 취업자 증가폭은 30만명 내외로 올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나온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전망을 보면 이보다 더욱 어두워진 양상이다. 한은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 4.6%에서 0.9% 포인트나 내린 3.7%로 전망했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GDP성장률과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데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국내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은도 분기별로는 올해 하반기 3.8%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3.4%까지 성장률이 떨어졌다가 하반기 다시 3.8%로 오르는 상저하고의 모습을 띨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가계의 소득여건이 개선되면서 올해 2.5%에서 3.2%로 증가폭이 확대되는 반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글로벌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4.5%에서 4.2%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중 취업자 수는 28만명이 늘어나는데 그쳐, 올해 40만명보다 증가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올해의 3.5%와 비슷한 3.4% 수준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올해보다 대폭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인 4.0%를 유지했다.

재정부도 내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한은과 같은 3.7%로 내다봤다. 재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당시 4.5%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으나 이번에는 대폭 낮춰 잡았다.

통상 정부가 발표하는 성장률은 민간경제연구소나 여타 공공연구기관보다 약간 높게 발표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평이다. 이 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정부 입장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내년 상반기에 유로존에 대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고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3.7%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3.7%를 기본 전망치로 하고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대외 사정이 좋지 않아 헌귝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도 19.2%에서 내년에 7.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증가율도 23.2%에서 8.4% 줄겠지만 수출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올해 250억 달러에서 내년 160억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 증가수도 올해 40만명에서 내년엔 28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 같은 전망치에 대해 "그동안 정부와 민간기관들의 전망치가 상당한 차이가 있었는데, 이번에 줄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대내외 경제여건과 상황에 정부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볼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도 유럽 재정위기가 원만히 해결돼 심각한 외부 충격이 없을 것이란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유럽 재정위기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증폭된다면 또 한차례 위기상황에 내몰리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대북 리스크 확대 마저 우리 경제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주요 기관들, 민간소비 경제 성장 동력 부족

주요 기관들의 전망도 예외 없이 어둡다. 산업연구원과 금융연구원은 모두 3.7%로 당국과 같은 수준의 전망치를 내놨고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보다 0.1%포인트 낮은 3.6%를 전망했고, 산은경제연구원은 3.5%를 전망했다.

특히 정부와 한은과는 달리 민간소비가 성장을 주도할 여력으로 작용하기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가 주동력인 수출은 세계 경기 둔화, 원화강세 기조 등으로 인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 역시 수출 둔화를 보완할 정도의 성장을 주도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높은 물가, 자산가치 회복 미흡,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인해 소비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며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건설투자 역시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워 한국 경제 회복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걱정되는 부분은 내수이며 민간소비 증가율의 경우 올해 2.6%에서 내년에 2.5%로 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민간소비의 부진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수 있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3.6%성장을 전망했으나 이번주 3.4%로 다시 낮췄다.

LG경제연구원은 "선진국 수요 둔화로 우리나라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의 활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올해 20% 수준의 수출증가율이 내년에는 8% 내외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내수경기는 개선되겠지만 회복 속도가 경제성장을 이끌 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식료품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물가 압력이 어느 정도 완화되겠지만 고용이 둔화되고 임금 상승에 제약을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가운데 3% 성장 전망도 나왔다. SC제일은행은 '2012 경제전망'간담회에서 내년 국내 경제성장 전망치를 '3%'로 전망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를 통틀어 현재까지 가장 낮은 수치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른 기관들보다 세계경제 전망을 더욱 안좋게 보기 때문"이라며 "특히 내년 상반기에 국내 경제가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전망 근거를 밝혔다.

해외 기관들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속속 낮추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춘 3.9%로 전망했다. ADB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과 자본 흐름 불안정화에 대한 우려에 현재 아시아 경제가 더 큰 하방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며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 침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경제도 둔화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1월 말 201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8%로 크게 낮췄다. OECD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작년대비 132% 증가하고 있어, 금리 상승시 소비 위축이 당초 예상보다 과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의 내년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달 삼성, 현대차 등 국내 22개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수출환경(15개그룹)과 자금조달환경(14개그룹)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는 대부분 그룹(86%)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3~4% 성장을 예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2년 경제 전망과 이슈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62.4%가 2012년 경제성장률을 '3.5% 이하'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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